경영-경제 서적의 이유있는 화려함

학교 서점에 들러서 책을 보다가 좀 독특한 풍경을 목격하게 됐다.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들 속에서 유독 경영∙경제 관련 서적이 있는 책장만이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서점에 가도 팔고 있는 책은 그 책이 그 책이겠지만, 난 다른 서점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좀 더 큰 서점으로 가보았다. 큰 서점에 가니까 경영∙경제 관련 서적의 색깔의 화려함이 더욱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친구 녀석한테 경영∙경제 관련 책장을 먼저 보게 한 후 다른 분야의 책장을 보게 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 느껴지는 점을 물어보니까 대번에 “빨강” 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화려함의 비밀은 바로 ‘빨강’ 이었다. 경영∙경제 이외의 분야 책들이 대부분 흰색표지를 하고 있는 반면에, 경영∙경제 관련 서적들은 주로 빨강색들로 표지를 치장하고 있었다. 
왜 경영∙경제 서적에만 유난히 눈에 띄는 색을 많이 사용했을까? 아마도 책이 팔리는 시기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경영∙경제 관련 책들은 대부분이 유행을 타는 책들이다. 새로운 경영의 흐름에 관한 책, 새로운 재테크 방법에 관한 책, 주식투자에 관한 책,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 관련한 책들, 이런 책들은 시간이 지나, 유행이 지나가 버리면 과거의 지식이 되고 또 다른 새로운 이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유행이 지나가기 전에 책을 빨리 팔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경제 관련 책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화려한 치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화려한 표지를 하고 있는 책들은 주로 중∙고등학교 수험서나 토익∙토플 관련 책들, 그리고 아동 관련 책들이 있었다. 역시나 다들 한해가 지나가기 전에 혹은 일정기간 안에 팔아 치워야 하는 책들이었다. 그와 반해 인문∙사회관련 이론들과 수필∙소설과 같은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이야기하는 책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책들이다. 그냥 하얀 표지일 지라도, 시간이 지나도, 내용이 녹슬지 않은 책은 누군가가 찾기 마련인 것이다. 이렇듯 팔리는 시기와 상관없이 책의 가치가 유지되는 책들은 무리해서 표지를 화려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연찮게도 그날 사러간 경영서적 '증거경영' 또한 빨간색 표지였다.

고전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읽히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2500년 전의 플라톤의 책부터 200년 전 어느 경제학자의 책까지 우리는 꾸준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 때로는 시대에 따라 이것들이 진리로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이런 책들을 통해서 우리는 진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바로 고전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이다.

잘나가던 기업이 한해두해 지나면서 퍽퍽 쓰러져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어제 한 기업의 성공을 설명하던 책은 하루아침에 오류투성이의 책이 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책이 대신한다. 경영∙경제 분야는 어느 책이 진리를 말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태인 것이다. 붉은색으로 화려한 치장을 한 경영∙경제 서적은 요즘의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을 나타내 주는 하나의 상징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빨간책은 야한 책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대학교에 와서는 빨간책은 사회주의관련 서적을 매도하는 표현이었다. 요즘의 빨간책은 아마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경영∙경제서적을 의미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by hanFen | 2009/06/26 00:36 | 맛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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